
평화로운 전원생활에 가장 큰 변수가 생겼다. 바로 털 달린 네 발짐승, 반려묘 ‘밀키’의 입성이다.
모든 건 둘째 아들, 논리왕 ‘애몽이‘의 치밀한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녀석은 몇 달 전부터 나와 아내 혜정이에게 끈질기게 협상을 시도했다.
“엄마, 아빠. 나의 학업 성취도 향상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반려동물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이번 학원 레벨 테스트에서 상위 10% 안에 들면, 반려동물 입양을 허락해 줘.”
설마 했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애몽이가 보란 듯이 성적표를 들고 온 것이다. 약속은 약속. 결국 주말 아침, 우리 네 식구는 비장한 각오로 시내의 대형 펫숍으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김군‘은 철저한 ‘강아지파’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강아지들의 직관적인 애정 표현이 좋다. 펫숍 1층 강아지 코너에서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아이고, 예뻐라. 너 우리 집에 갈래?” 하며 유리창에 붙어있는데, 애몽이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빠, 약속했잖아. 나는 고양이.”
그래, 가자. 고양이 코너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 칸 한 칸 올라갈수록 공기가 달라졌다. 드디어 2층 문을 연 순간.
훅-
“읍…!”
형용할 수 없는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이것이 냥이 월드의 공기인가. 불편하다. 게다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저 미세한 털들. 내 기관지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어떤 녀석이 내 다리 사이로 쓱 들어오더니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골골골’ 소리를 내며 꼬리로 내 종아리를 탁탁 치는데…
‘히익! 야, 왜 이래! 나한테 왜 그래!’
솔직히 좀 무서웠다. 강아지의 격한 환영과는 다른, 이 은근하고 끈적한 스킨십이라니. 나는 뻣뻣하게 굳어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준이와 애몽이는 “귀여워!”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애몽이가 한 녀석을 가리켰다. 유리장 안에서 아주 거만하고 불량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고양이였다. 눈을 반쯤 깔고 ‘네깟 놈들이 날 감당할 수 있겠냐?’ 하는 표정.
직원이 다가와 가격을 속삭였다. “이 아이는 혈통이 좋아서… 240만 원입니다.”
이백사십…?! 내 한 달 용돈이 얼마더라. 순간 머릿속 계산기가 폭발했다. 이건 아니다. 아무리 아들 소원이라지만, 이건 완벽한 ‘호갱’ 코스다.
“애몽아, 저 친구는… 음… 너무 도도해서 우리 집이랑 안 맞을 것 같지 않니? 다른 곳도 한번 가보자, 응?”
겨우 애몽이를 설득해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찾아간 두 번째, 조금 더 작고 외진 펫숍.
우리는 그곳 가장 안쪽 구석진 자리에서 운명을 마주했다.
조그만 유리장 안에, 생후 4개월 된 아기 고양이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풍성한 꼬리와 등 무늬가 마치 랫서팬더 뒷모습 같았다.
“어? 저 녀석 좀 봐. 특이하게 생겼네.”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하얗고 뽀얀 얼굴에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 아까 그 불량한 녀석과는 다른,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격표가… 합리적이었다. (이게 제일 중요했다.)
“그래, 이 녀석이다. 우리 집으로 가자.”
결제를 마치고 작은 이동장에 담긴 녀석, 우리가 ‘밀키’라고 이름 붙인 그 작은 생명체를 차에 태웠다.
운전대를 잡고 오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길 가다 길고양이가 다가오면 “흐익!” 하고 도망치던 내가, 제 발로 고양이를 상전으로 모시게 되다니.
‘이제 똥 치우는 건 내 담당이겠지? 저 털들은 다 어쩌고… 내 지갑은 또 얼마나 털릴까…’
앞날이 캄캄해서 한숨을 쉬려는데, 백미러로 뒷좌석이 보였다. 이동장 안의 밀키를 바라보는 준이와 애몽이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그래, 너희가 좋으면 됐다.
집에 도착해 밀키를 처음 거실에 풀어놓았을 때였다. 평소 동물에 큰 관심이 없던, 아니 오히려 질색하던 아내 혜정이가 조용히 바닥에 앉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내밀어 밀키와 코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밀키도 혜정이의 차분한 기운을 알았는지, 경계를 풀고 그녀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동물과 교감하는 혜정이의 저런 부드러운 표정은 처음 봤다.
‘아… 저 녀석, 우리 집에 오려고 태어난 놈이구나.’
그 순간 확신했다. 비록 내 통장은 ‘텅장’이 되었고, 앞으로 펼쳐질 털과의 전쟁이 두렵긴 하지만, 밀키는 우리 가족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반갑다, 밀키야. 우리 집은 좀 시끄럽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
물론, 이때는 몰랐다. 이 작고 귀여운 녀석이 하루 만에 우리 집 서열 1위를 차지하고 나를 하찮은 집사로 부리게 될 줄은.
(제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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