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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JoyFul Weekend

제2화. 나의 완벽한 주말은 어디로 갔나

작성자 mise2004 · 11월 23, 2025


토요일 아침 8시. 알람 소리 없이 눈이 떠졌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부산의 햇살이 눈부시다.

‘그래, 이거지. 우리가 이 먼 곳까지 이사 온 이유.’

일주일 내내 회사에서 시달린 나, ‘김군‘에게 주말은 신성한 의식과도 같다. 나의 ‘완벽한 주말 계획’은 이렇다.

오전 9시, 느긋하게 일어나 향긋한 드립 커피를 내린다. 2층 테라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을 바라보며 “음, 공기 좋군” 하고 중얼거린다. (이때 내 머리는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어야 한다.) 오후엔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밀린 영화를 보다가, 저녁엔 마당에서 우아하게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굽는다. 아내 ‘혜정이‘는 옆에서 와인잔을 들고 우아하게 웃고 있고.

완벽하다.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부푼 기대를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려 나의 전용 머그잔에 담았다. 이제 테라스로 나가서 폼만 잡으면 된다.

“아빠!!! 굿모닝!!!”

그때였다. 거실 구석에서 인간 탄환 하나가 발사되었다. 첫째 아들 ‘준이‘다. 녀석은 나의 미니미답게 육중한 몸무게를 실어 나에게 돌진했다.

“어, 어? 준이야, 잠깐만! 아빠 손에 뜨거운 거…!”

퍽! 촤아악-

나의 외마디 비명은 묻혔다. 나의 소중한 드립 커피는 내 티셔츠와 바지에 아주 예술적인 갈색 지도를 그려놓았다.

“어? 아빠 옷에 지도 그렸네? 헤헤, 미안! 근데 나 배고파!”

준이는 해맑게 웃으며 제 할 말만 하고 부엌으로 사라졌다. 녀석의 뒤통수를 보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화내면 뭐 하겠나. 저 해맑음이 쟤 매력인 것을. 나의 우아한 모닝커피 타임은 그렇게 ‘뜨거운’ 세탁물과 함께 날아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식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둘째 ‘애몽이‘가 식빵을 노려보고 있다.

“엄마. 나의 주관적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주말 아침의 70%를 식빵으로 때우고 있어. 이건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침부터 ‘애몽이 논리 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아내 ‘혜정이‘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저건 폭발 3초 전 신호다.

애몽이. 엄마가 주는 대로 먹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한 가장 논리적인 선택일 텐데?”

혜정이의 차분하지만 서늘한 목소리에 애몽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잼을 바르기 시작했다. 휴, 다행히 1차전은 막았다. 나는 이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피해 조용히 거실 소파로 피신했다.

‘그래, 아직 오후 계획은 살아있어. 소파에서 영화나 한 편 때리자.’

리모컨을 집어 드는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그림자가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이승기를 닮은 훈훈한 얼굴의 아내가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기야?”

“으, 응? 왜 그래, 여보?”

“주말이라 참 한가해 보이네? 마침 잘 됐다. 지난주에 비 와서 못한 마당 잔디 좀 깎아줘. 그리고 테라스 데크에 오일스테인 칠하는 거 알지? 아, 하는 김에 세차도 좀 부탁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할 일 목록’이 기관총처럼 내 고막을 때렸다. 잔디 깎기, 데크 칠하기, 세차하기… 그건 나의 ‘우아한 주말 계획’에 없던 내용들이다.

“어… 여보? 나 오늘 좀 쉬려고 했는데…”

“쉬는 건 평일 저녁에 충분히 쉬었잖아? 가장이 주말에 집안일을 돌봐야지. 얼른 움직여. 준이랑 애몽이도 데리고 나가서 좀 놀아주고.”

그녀의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나는 안다. 여기서 토를 달면 오늘 저녁밥은 없다는 것을.

오후 2시.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예초기를 돌리고 있다. 옆에서는 준이가 잘린 풀을 공중에 뿌리며 “우와! 눈이다!” 하고 놀고 있고, 애몽이는 “아빠, 잔디 깎는 각도가 15도 정도 기울어진 것 같은데?” 하며 훈수를 두고 있다.

내 등 뒤로 뜨거운 부산의 태양이 내리쬔다. 아, 이것이 내가 꿈꾸던 전원생활인가, 아니면 주말 농장 체험 삶의 현장인가.

저녁이 되었다. 내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투블럭 2:8 가르마는 땀에 젖어 미역 줄기처럼 변했다. 하지만 그릴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며 웃고 있다.

혜정이가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따서 내 볼에 갖다 댄다.

“수고했어요, 우리 가장. 역시 자기가 최고네.”

그 한마디에, 맥주 한 모금에,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싹 녹아내린다. 그래, 우아하진 않아도, 완벽하진 않아도,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나는 맥주를 들이키며 생각했다. 다음 주말엔 기필코… 아프다고 꾀병이라도 부려봐야겠다고.

(제2화 끝)


평가: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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